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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ubject  
호사
Name  
신정호 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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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ate  
2018-07-04 11:23:4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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9

괴롭혔던 업무량이 줄어든 대신 상대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졌다. 문득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 그리워졌다. 숨을 수 있는 잠깐의 시간. 조용히 사색하고 싶은 시간이 너무 그립다. 우연처럼 찾아간 건봉사의 흙굴이 그립다. 극장에 갈까? 메세지에 얽메여 감정을 조종당하기도 싫을 뿐더러 탁한 공간에서 집중하기 망설여진다. 회사에서 카톡이라도 온다면 더 낭패겠지. 목욕탕도, 찜질방도 누워있을 여유를 만들 자신이 없다. 미술관, 전시? 무슨 호사일까 싶기도 했고. 낮술? 마실 땐 좋아도 얼큰하게 취한 채 버스 타고 집에 가야하는 중노동이다. 따져보니 숨을 장소도 숨을 자신도 사라진다. 그래서 집에 갔다.잠깐의 자유로 맨 앞자리에서 책을 읽고, 낮잠을 자고, 창밖을 보면서 한숨도 쉬어 보고. 예전과 달리 이젠 틈 속에서 안식을 찾아야 한다. 예전에 누렸던 하지만 끄때는 만족스럽지 않았던 그 잠깐의 여유. 어쩌면 지금 잠시 집에 일찍 가는 이 호사를 훗날 더 그리워할 지 모른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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